어느 나라에는 "식은 피자" 총리도 있었지만
최근 화제가 된 "계륵(鷄肋) 대통령" 보도를 이유로 청와대가 앞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취재를 전면 거부할 생각을 나타냈다는 소식은,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어느정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소위 "조중동" 하면 한국의 보수 3대 신문으로서 일본에서도 비교적으로 널리 알려진 (적어도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보다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유명한) 신문인데다가 각각 일본어 웹사이트도 가지고 있어, 일본으로 들어오는 한국 관련 소식의 대부분이 (일본 언론을 제외하면) 이들 3대 신문과 연합통신에 의한 것인 만큼, 이들이 한국에 대한 일본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다.
영어 또는 지나(支那)어 등 일본어 이외의 주요 언어에 의한 보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악명 높은 4대개혁 법안으로 대표되는 것처럼, 노무현 정부가 이들 보수 언론들에 대해 지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의 당연한 귀결로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국외로 더욱 많이 흘러나가게 된다. 한국 사회의 실정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와 같은 보도를 보면, 마치 한국이 내일에라도 북조선과 통일되어 공산주의 국가가 될 듯 보일 수 있다.
뛰어난 정치 지도자는 미디어를 자유자재하게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비록 자신과 다른, 또는 자신과 적대적인 정치 이념을 가지는 미디어이더라도, 역량 있는 정치인은 이를 오히려 자신의 정책 홍보를 위한 무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WWII후의 일본 총리들 중 이와 같은 미디어 조종(操縱)을 가장 잘 한 것은 아마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이며, 반대로 가장 서툴렀던 총리는 무라야마 토미이치(村山富市)일 것인데, 그들의 능력의 차이가 정권의 안정적 운영 여부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국제적 발언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분명한 역사의 교훈이다.
솔직히 말해 일본인인 나에게는 이웃나라 지도자들이 미디어 정책에서 이와 같은 빈약한 전략성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한국판 신화사(新華社) 통신 같은 "국정브리핑"이 과연 3대 신문에 대항해 나갈 만한 국제적 정책 홍보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미선이-효순이 사건 때나 "탄핵 무효" 시위 때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동원된 지지자들은 과연 어디에 사라진 것인가. 언론의 "계륵" 한마디가 마음에 안든다고 취재 거부라는 유치한 대항 조치에 나서는 정치인을 지도자로 삼는 나라가 어째서 우리에게 라이벌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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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선일보가 쓴 "계륵"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나도 약간 사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계륵 하면 원래 "가지고 있어도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그냥 버리기는 아쉬운 물건"이라는 뜻이 아니었던가. 열우당 집행부의 눈에 노무현이 아직도 "그냥 버리기가 아쉬운" 존재로 비친다면 그것은 이제 웃을 수 없는 유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싸우기 쉬운 라이벌을 가진 한나라당은 다행이다.